어제는 아픈 아내를 데리고 삼계탕집을 찾았다
지금까지 못난 남편 건강 챙길라네, 그리고 자식들 뒷바라지 할라네 헌신해온 아내가 몸의 불편으로 이제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싫은 모양새다
하기사 음식 만드는게 실증 날때도 되었다
그래서 인지 삼계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집과는 한참 떨어진 변두리에 있는 연화정으로 왔다
주문을 하고 삼계탕이 나오는 여분의 시간에 어릴 적 생활했던 모습들을 사진으로 벽에 붙여놓아 우연찮게 봤다
절구통이며, 다레끼와 소쿠리 그리고 연기에 그어진 끌음으로 덮힌 부엌문등이 지난 옛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한끼 법먹는 것도 왜 그렇게 힘들었는 지
까만 보리밥을 해서 실겅이란 곳에 매달아 놓으면 학교 갔다오고 어디를 다녀와서도 수시로 그릇에 퍼먹고 하던 시절
그시절에 먹었던 까만 보리밥을 지금 자식들에게 먹으라고 하면 먹을까
하얀 쌀밥도 먹지 않는 데 보리쌀로만 지은 까만 보리밥 말이다
그때는 그 까만 보리밥도 먹기 힘들었을 때다
그러다 제사라도 있는 날이면 그때는 쌀밥을 먹으면 그렇게 밥이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반찬이라야 시어빠진 김치 몇조각이지만 그래도 그맛은 지금도 군침을 돌게 한다
잠시 생각하는 사이 삼계탕이 나왔다
삼계탕이라고 하는 게 가느다란 삼뿌리 몇가닥에 작은 크기의 닭을 넣어 고은 것이다
젓가락으로 휘저어도 하얀살이 뼈와 쉽게 분리 된다
반찬이라고는 깍두기와 김치 우선 하얀살을 소금에 찍어 먹고 난후 탕을 먹는 다
아내는 하얀살 먹는 것도 버거운지 몇조각은 내그릇에 담는 다
삼계탕 한그릇도 비우지 못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준 아내가 고마웠고 앞으로도 남은 삶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뿐이다
함께 따뜻한 점심이라도 한그릇 먹는 오늘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다
가느다란 손 꼭 잡고 지난일은 다 잊어버리고 남은 삶 건강하게 보내자고 했더니 그렇게 하잔다
겨울 날씨에도 햇볕은 따뜻하게 내려 쬐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