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덥던 여름도 서시히 지나가고 있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서늘함을 느낀다
새벽녁 어느 구석에서는 귀뚜라미 소리와 지렁이 실잤는 소리가 한층더 크게 들린다
가을이 벌써 왔다는 징조다
어제 보다는 오늘이 더 좋은 날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출근길에 접어든다
매일 새벽이면 일어나는 습관도 기온이 내려가면 추춤할 것이라 생각에 다가올 겨울이 벅차기만 하다
젊었을때에는 가뿐하게 넘길 수 있지만 한살 한살 먹는 나이에는 젊은 시절의 포부와 각오도 소용이 없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하면서 지하철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탄다
아침 일찍인 데도 빈자리는 없다
우리들이 젊은 나이였을 때는 나이 많은 사람이 가까이 오면 얼른 일어서서 앉으라고 할텐데 지금은 그런 젊은이도 없다
그렇다고 다리가 불편하거나 앉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먹는 나이에 마음이 텅빈 것 같아 씁쓸하긴 하다
나이많은 사람이 지하철이나 버스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느낌이 둔한 머리로 일하는 곳까지 승용차를 몰고 간다는 것도 이제는 버겁다
잠시 생각에 빠져 본다
지금까지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뭘까
그때는 내몸하나 늙음을 더디게 하고 늘 젊음을 가지고 살아 가자는 각오 아니었던 가
그래서 지난 경험 다 버리고 지금부터 새출발 한다는 각오로 말이다
그렇게 살아온 날도 어느새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참 바쁘게도 달려왔다
지금와 뒤돌아보면 그 펄펄 끓던 열정도 각오도 달아나고 없다
남은 것은 결국 주름살 하나
